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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보 나 갔다 올게

어 갔다 와 아휴 책상 정리 좀 하지 어? 12월 5일 중요? 12월 5일이면 우리 결혼 기념일이잖아 아 뭘 또 이렇게 표시까지 해놨어 귀엽게 에휴 정말

와 자기야 오늘 무슨 날이야? 음? 이거 제로 불고기구나

아 그냥 자기 요새 바쁜 거 같아서 중요한 날 앞두고

자기도 얼른 와서 먹어

응 다 됐어 자 마라장어랑 민초장어 강남 가서 두시간 동안 줄 사서 간신이 사 온거야

런던 뱀장어에서 산 거야? 아 고마워 자기야

음 아니야 내가 더 고맙지

어 잠깐만 아 네 과장님 12월 5일이요? 아 도와주시면 너무 감사하죠

뭐야 무슨 결혼 기념일에 과장님까지지 도와줘 자기야 후식 먹아

뭐야 오늘 후식도 있어?

큰맘 먹고 킹스 샤인 머스켓 샀지

오 킹샤 자기 바쁘잖아 어? 흙 묻었다 다시 씻어 올게

어 자기야 괜찮아 괜찮아 요즘 흙 깨끗해져가지고 그냥 먹어도 돼

음 그래? 아 맞다 자기야 누워봐

응? 어 알았어 근데 왜 자기야?

이게 이 앞에서 퍼 온 흙이거든? 요즘 흙이 깨끗해서 이렇게 섞어서 팩한게 유행이래

아 신기하다 고마워 자기야

아니야

네 어머니

어 아가 오늘 12월 5일 맞지? 결혼기념을 축하한다고

아 네 감사해요

어 그래 들어가

네 들어가세요

그래

네

어?

어?

웬 추리닝이야?

자기는 웬 드레스야?

아니 우리 오늘 어디가?

우리 오늘 어딜가?

아니 아는 거 아니었어? 달력에 12월 5일 되게 중요한 날이라고 적어 놨던데

자기도 봤구나 어 중요한 날 세계 토양의 날

어?

나 환경부로 이직하고 첫 세계 토양의 날이잖아

근데 추리닝을 왜 입었어? 아 나 이번에 흙 위에서 흙 덮고 자는 행사 기획했거든 당신 남편 엄청
똑똑하지 근데 자기 이렇게 이쁘게 입고 어디가?

어 나 레스토랑

오 레스토랑은 왜?

오늘 내 결혼기념일이거든

진짜? 축하해 자기야 자기야 미안해 자기야 내가 너무 정신이 없었나 봐 자기야 내가 내가 진짜

문 열려 있어 아 제수씨도 같이 있었네

과장님

아 안녕하세요 근데 무슨 일로

아 태워 가려고 왔죠 아 제수씨 12월 5일 축하해주세요 세계 토양의 날

아네 축하드립니다

과장님 일단 나가시죠

아 왜 그래 오늘 기분 좋은 날인데 12월 5일 세계 토양의 날 아 재수씨 자 이거 봐요 이게 우리가 만든 흑 디퓨져인데 흙퓨저 요즘 흙 냄새 받는게 유행이잖아요

네 감사합니다

제발 나가서 얘기해요

아 표정이 안 좋으셔 그럼 내가 그렇게 해야겠다 차에서 담금 흙주 가지고 올게요 요즘 흙이 깨끗해서 벌컥벌컥 마셔도 되니까 아니 왜 오늘 기분 좋은 날 세계 토양의 날인데 왜 그래?

나가서 이야기해요 제발

매년 12월 5일이 세계 토양의 날이니까 우리 결혼 기념을 잊어버릴 일은 없겠다 그치?

아 됐어

오른쪽해줄까?